서핑 트립 : 다대포 (1)
초밥을 벗어나기 전에
서핑 중에 느꼈던 어려웠던 점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놀기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해서..
할 수 없다.
머리에서 사라지기 전에 첫 번째 서핑 여행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
5월 마지막 주 월화수 3일의 시간이 생겼다.
수요일은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은 망고서프에서 보내려고 했다.
결국 수요일은 집에 왔고
도서관에 나와 밀렸던 뒷정리 하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
재호 선생님께서 트립 간다고 전화를 주셨다.
망고서프는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쉰다고.
다대포 갈건데 같이 갈거냐고.
월요일 오전에 도착해서 늘 하던대로 등대까지 패들링.
(물론 나하고는 그다지 상관없을 수 있지만)
저녁 전에는 파도가 꽤 좋아서
보드 컨트롤과 실제 파도 잡는 연습을 했다.
참.. 뭐라고 해야 할지..
시도는 무지하게 했고 잡지는 못했고.
그래도 잡은 것도 아니고
잡지 못했다고 얘기하기는 싫은 상황이 몇 번은 있었다.
중요한 점은 내가 라인업과 같은 라인에 있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라인업에 있으면 주요 길목을 막아버리는 길막이다.
참, 일요일 배드민턴 대회가 있어
기분 좋게 승급을 하고 점심 먹고 나와서 발목을 접질렀다.
다대포를 가야 하는데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
발목 나갈 각오를 하고 바다에 들어간 상황이었는데
놀랍게도 바다에서 나오니 발목이 거의 아프지 않았다.
발목을 쓸 일이 없어 시도하긴 했지만 놀라웠다.
어찌 됐든
저녁 7시. 다대포로 출발.
서퍼라면 누구나 만나보고 교류하길 원하는
죽도 로컬 서퍼 세 분과 함께 였다.
여기에 재호 선생님, 나.
같이 캠프에 참가했던 두 사람은 다대포에서 합류. 총 7명이었다.
열심히 달려 자정이 되기 전에 도착해서
늦은 저녁을 거하게 먹고
모두가 하나 된다는 원모텔에 숙소를 잡았다.
참고로 다대포나 송정은 접근성이 너무 좋아서 게스트하우스가 없다.
원모델에서도 맥주 몇 캔을 마시고 나니 새벽 2시.
재호 선생님과 남자 로컬 서퍼 두 분은 3시까지 담소.
새벽 6시에 기상해서 힐링서프로 갔다.
나를 포함한 캠프생들은 그 시간에 보드를 빌릴 수 있었다.
차트가 잘 나온 날에는
새벽부터 손님이 많다고 했다.
굳이 죽도에서 다대포까지 왜 왔겠는가!
그 놈의 차트가 대박 파도 터진다고 해서 온 것 아니겠는가!
7시가 조금 못 되어서 입수.
하얀 거품이 엄청 길게 퍼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죽도와 달리 힐링서프에서 백사장까지
4차선 도로를 건너고 공영 주차장을 지나
시민들의 휴식처인 공원까지 지나고
매우 넓은 백사장을 지나 그 만큼의 갯벌을 지나야
라인업 초입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간만의 차가 심한 곳이었다.
헐.. 바람이 불고 조류가 많이 셌다.
그래도 깊지 않아 힘들지만 파도를 뚫고 라인업까지 갔다.
등대까지 다녔던 패들링이 효과를 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임대한 스펀지 보드가 그동안 타던 것하고 너무 달라
컨트롤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라인업까지 나갈 때도 좌우로 흔들리는 것은 기본이고
패들링하다 미끄러지는 일까지 생겼다.
라인업에서 보드에 앉아 파도를 기다려야 하는데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 때문에 보드 방향조차 돌릴 수가 없었다.
보드에 앉았다 넘어졌다를 몇 번 반복하고 나니까
백사장 왼쪽에 있는 산책로가 있는 갯바위에 가까이 가 있었다.
서퍼 몇이 있기는 했지만
선생님을 찾아 반대편으로 겁나게 패들링을 했다.
15분쯤 하지 않았을까?
느낌이 이상했다.
좀 가깝게 간 것 같기는 한데
가까워졌다고 얘기하기도 뭐한 거리만큼 이동했다.
잠깐 쉬면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헐.. 살짝 겁 났다.
그만큼의 패들링을 다시 했고
그제서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안심했지만
실제로는 내가 선생님쪽으로 간게 아니고
재호 선생님이 조류에 밀려 내쪽으로 온 것이었다.
함께 처음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고
선생님을 따라 갈 수 있으리라고 여겼지만
선생님만 갔고 나는 남았다.
그래도 처음 라인업이라고 생각했던 곳으로 계속 패들링.
주변에 있던 서퍼들은 어느샌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갔는지 그들이 왔는지 모르는 상황, 캠프생 둘이 함께 있다.
너무 반가워서 인사를 하고
이때까지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캠프생들이 여기서 파도를 잡고 있었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두 사람이 바닷가쪽으로 이동하기에
파도라서 하나 잡아보려는 시도는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몇 개 잡아보는 척 했고 다시 혼자가 됐다.
나가기 위해 패들링을 했다.
아까보다 현격하게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졌다.
좀 전에는 짧기는 했지만 이동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움직이긴 하는데.. 움직이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패들링을 얼마나 했는지도 모르겠다.
백사장으로 나가는 걸 포기하고
숲이 있는 갯바위로 방향을 바꿨다.
앞서 몇 명이 그쪽으로 나가는 것을 봤었고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조류와 바람이 산책로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고
바다쪽으로 나를 밀어붙였다.
겁나게 패들링을 해도 갯바위하고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패들링하는 오른쪽은 망망대핸데..
삐뽀삐뽀.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해양 경찰이 출동했다. 배가 두 대나 왔다.
뭐라고 하는데.. 잘 안 들렸다.
자존심이 남아서 그랬을까, 갯바위쪽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가까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 손짓으로 오라고 한다.
마지 못해 갔다.
조류와 바람을 등에 업으니까 꽤 먼 거리였는데 금방 도착했다.
해양 경찰 한 분이 바다에 뛰어들어 쏘세지 하나를 건네주고 잡이라 한다.
배까지의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잡았다.
헤엄치면서 나를 끌어가려 하는데 앞으로 가질 않는다.
내가 보드 위에서 물장구를 쳐서 도와드렸다.
나는 첫 번째 구조자였다.
가장 먼저, 가장 멀리 떠내려간 서퍼였던 것이다.
총 9명이 구조되었고 8명은 두 번째 배로 구조되었다.
그 중에는 로컬 서퍼도 한 분 계셨다.
나하고 비슷하거나 더 있어 보이는 분이었는데
다대포에서 활동하시는 로컬 서퍼로써 화가 많이 나보였다.
해양 경찰이 모는 배로 먼 바다를 여행하니 좋았다.
나 말고 모두 기분이 나빠 보였다.
망고서프의 이름을 알리지 않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고 했다.
배에 계신 분들이 친절하게 해주셨고
왜 이 날씨에 바다에 나갔냐고 뭐라 하지 않았다.
다대포항에 도착했는데 해수욕장까지는 직접 가라고 한다.
헐.
우리 모두는 슈트를 입었고 신발도 전화도 없다.
있는 거라곤 거추장스러운 보드뿐!
경찰이 힐링서프에 전화를 해줬고 선생님께서 오셨다.
너무 놀래서 얼굴이 하애지셨다.
회센터 아주머니와 대화 중이던 나는
너무 즐겁게 웃고 하는 바람에 혼났다.
캠프생하고 트립 왔는데.. 그 심정 오죽 했겠는가!
로컬 서퍼분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했다.
평생 이런 조류와 바람은 처음이었다고.
우리가 구조된 이후로 다대포는 임시 폐쇄되었다.
여기서 놀라운 점 하나.
두 시간을 패들링하고 조류와 바람에 시달렸음에도
패들링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었다.
패들링은 어꺠로 하는 게 아니라 등으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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