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트립 : 다대포 (2)
대박의 꿈은 사라지고
피로에 지친 육신만 남았다.
다대포에 계속 있을 수는 없고 우리는 트립을 왔기 때문에
송정으로 가기로 했다.
배가 고팠는데, 얘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송정에 도착하니 난리도 아니다.
파도가 꽤 좋긴 했는데, 라인업에 사람들이 무지하게 늘어서 있었다.
서프홀릭에서 보드를 빌린다.
서프홀릭은 라인업까지는 다대포의 10분의 1도 안된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길 건너면 백사장, 그 앞에 바로 라인업.
로컬 서퍼분들과 재호 선생님이 흥분 했다.
다대포를 만회해야한다는 생각이 너무 보였다.
바다에서는 각자 인생을 가는 거다.
입수. 열심히 즐겼다.
마침 파도가 내가 타기에 적당한 수준이었다.
아침보다 줄었다고 하는데..
사람도 처음보다 빠지고 해서 아주 좋았다.
근데 너무 힘들었다.
나는 한 시간쯤 타고 나왔고 나머지 분들은 조금 더 타고 나왔다.
모두 엄청 상기된 상태였다.
무지하게 많이 탔다고 열변을 토한다.
나는 정상적인 파도는 타지 못했다.
라인업에서 파도가 부서지기 전에 탔어야 했는데
피크가 깨지고 나서 거품이 되었을 때 두세 개 정도 탔다.
피크에서 타는 것과는 천지차이.
그래도 좋았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다대포 파도가 살아났단다.
다대포로 다시 갈 것이냐 송정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낼 것이냐!
부산의 양끝이라 1시간 걸린다.
저녁에 죽도 갈 때도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유명한 개미집에 가서 얘기하기로 한다.
사실 얘기할 필요도 없다.
결정된 상태였지만 괜히 미안해서 결정을 연기한 것뿐이었다.
캠프생들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나는 전혀 상관없었고
멘탈이 나갈 뻔 했던 그곳을 다시 방문하는 것도 멘탈에 좋을 것 같았다.
여자 캠프생 둘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물어봤다.
보드 또 빌려야 하냐고. 우리는 오늘 두 번 빌렸다.
다행스럽게 그냥 빌려주셨다.
다시 다대포.
아까와는 다르게 바람 한점 없고 파도는 말랑말랑하다.
좋은 파도라는 것을 설악과 죽도만 경험한 나도 알 정도였다.
송정보다 훨씬 좋았다.
일단 서퍼가 많이 없어서 라인업에서 겹치지 않고 앉을 수 있었다.
대박, 대박!
라인업의 오른쪽 끝에 있었는데..
파도가 오기 전에 일찌감치 패들링으로 보드를 움직이고
가까이 왔을 때 폭풍 패들링을 해서 파도를 잡았다.
다른 서퍼들이 하는 것처럼!
상상할 수 없이 어설펐겠지만 서핑 인생 첫 번째 성공이었다.
그 후로 몇 개의 파도를 더 잡을 수 있었고
파도 위에 있을 때의 기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살이 쪄서 파도가 날 무거워한다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파도타기의 정석이랄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데, 규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킨다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
해피엔딩.
다대포에서 최악의 서핑과 최선의 서핑을 모두 맛봤다.
스스로 파도를 잡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등대까지의 패들링도 효과를 입증했고
등대 앞에서의 보드 컨트롤,
라인업 한쪽에서의 보드 컨트롤도 입증했다.
보드 날려먹지 않고 비슷한 정도로 기다렸고 잡았다!
죽도에 도착하니 새벽 1시.
차를 타고 오면서
파도를 기다릴 때부터 테이크옵해서 일어날 때까지의 상황을
여러 번에 걸쳐 이미지 트레이닝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테이크옵할 때의 중요한 점, 보드의 각도 등이 상상된다.
다음엔 만리포를 말씀하신다.
월요일에 역대급 파도가 만리포에 들어와서 모두를 흥분시켰다.
대한민국에서 볼 수 없는 수준의 파도였다.
난 아무 곳이나 오케이!
재호 선생님이 아니어도 로컬 서퍼가 없어도
서핑은 그냥 재밌다. 딴 동네 가서 하면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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